2010년 1월 29일 금요일

사발식 달인과의 대담

 

 

안녕하세요. 이제 수시/정시 발표도 났고 (나고 있고) 새내기 새로배움터가 차츰차츰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새내기새로배움터(이하 새터)는 막걸리 사발식으로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많은 새내기들은 사발식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올해로 12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고려대학교에서 사발식을 해오신 사발식의 달인 구토 손종수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Q : 안녕하세요 손종수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께선 지난 1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발식을 해오셨다고 하시는데 정말인가요?

A : 네 사실입니다. 제가 98년도에 입학해서 올해 2010년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발식을 해온 사발식의 달인입니다.

 

Q : 우와~ 사발식을 그렇게 오래해오신걸 보면 주량이 엄청나시겠어요~

A : 아니요. 그건 다릅니다. 제가 소주 주량 2잔, 맥주주량 2잔입니다. 사발식은 일반 술자리에서 마시는 술과는 개념이 다르거든요. 물론 제가 주량이 약해서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면 속도 안좋고 오바히트가 쏠리는 현상이 남들보다 더 심하긴 하지만 사발식은 술마신다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니까요.

 

Q : 술마시는 개념하고 조금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 사발식은 뭐가 다른거지요?

A :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발식은 아주 오래전 부터 내려오던 행사인데 사발식에는 역사적인 개념과 사회적인 개념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대학교는 민족이 세우고 길러온 '민족고대'를 표방하고 있고 이는 보성전문학교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따라서 우리 선배들은 맥주나 와인 같은 외래 술이나 증류주같이 (당시에) 비쌌던 술보다는 '서민의 술 막걸리'를 마시고 서민적으로 살고자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에, 우리 고려대학교에서는 막걸리를 지금까지도 즐겨마시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발식은 고려대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 막걸리를 접하게 하고 민족고대 학생임을 가르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편, 사회적인 개념으로 볼 때 새내기들은 12년의 관제교육을 이제 막 벗어난 학생들입니다. 그동안에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공부하고 하라는 대로 해왔을지 모르지만 대학교 과정은 그와 다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은 방법대로 공부하는 단계이기도 하거니와 스무살 성인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자신만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춰야하는 시기이기도합니다. 이에, 민족고대에서는 내 몸 속의 더러운 것은 모두 지우고 깨끝하게 대학생활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서민의 술 '순백의 막걸리'를 한사발 들이키고 그 것들을 토해내게합니다. 즉, 사발식은 한사발 들이키고 토해내는 것이 정석이란 말씀입니다.

 

Q : 아~ 사발식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막걸리를 한사발 마시면 토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A : 맞습니다. 토해내는건 참 어려운 일이니다. 허나 냉면사발이라는 것이 참 과학적이라 냉면사발 가득 들어있는 막걸리를 다 마시면 막걸리가 위부터 채워져서 정확히 식도에서 찰랑찰랑 거리게 되어있습니다. (과학 고대!) 냉면사발 하나 가득 들어있는 막걸리를 다 마신 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목젖에 손가락을 대면 자동적으로 마신 막걸리의 80%는 토해내지게 되어있습니다. 남은 20%는 천천히 소화시키면 됩니다. 천천히 취기가 오르면서 서먹했던 선후배동기 관계도 막역해지는 효과 또한 있지요. ^^;

 

Q : 사발식 할 때 그럼 꼭 토해야하는 건가요?

A : 아니요. 자신이 막걸리 한사발을 소화시킬 수 있다면 그냥 소화시키셔도 됩니다. 실제로 제가 본 사람 중에는 친구들 사발식까지 세개를 마시고도 술자리의 마지막까지 남아서 술마신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괜찮다싶으면 안토하셔도 됩니다. 다만, 건강이란 것이 늘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길 당부드리고 양껏 드시기를 바랍니다.

 

Q : 어떤 사람들은 술을 단 한잔만 해도 기절하기도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떻하나요? 고대 선배들은 유난히 술을 강제로 먹인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A : 제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기본적으로 막걸리 사발에 술을 많이 채워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도한 막걸리 사발식은 많이 사라진 상태이구요. 사발식을 하기 전에 행사를 진행하는 선배에게 미리 얘기를 하면 형식적으로 (술이 아주 조금 들어간) 사발식을 하게 해드립니다. 자신을 지키는건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걸 잊지 마시고 생리학적으로 못하시는 분들은 당당하게 선배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데 어떤 선배가 술을 강요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십시오. 다만.. 술자리 분위기라는 것이 있으니 미리미리 선배에게 얘기해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서로서로에게 좋겠지요. 이 점 꼭 기억하세요.

 

Q : 해마다 2월이면 어느학교 새터에서 술마시다 사고가 생겼네~하는 뉴스가 나오곤합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는 아직 사고가 없다고 들었는데 비결이 있나요?

A : 물론 비결이 있습니다. 일단 우리학교는 막걸리로 사발식을 합니다.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소주나 맥주보다 순한 술입니다. 따라서 다량의 술을 마셔도 상대적으로 몸에 무리가 덜 가는 것이구요. 또한 우리는 막걸리 100% 사발식을 합니다. 신촌에 있는 어떤 학교처럼 소주나 맥주등으로 사발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고의 위험이 낮은 것입니다. 게다가! 새터기간에는 각 과의 예비역 선배들이 조를 나누어 새터 곳곳을 누비며 규찰을 돕니다. 선배들이 미리미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구급차가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지요?

 

Q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A : 유난히 신입생들은 막걸리 사발식에 대한 공포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혹은, 직접 경험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열내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이도 스무살, 성인이 되시니까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시길 바란다는 것과 젊었을 때 내가 이정도 부딛쳐서 못이길 것 같으냐~ 하는 도전정신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Q : 이상으로 막걸리 사발식의 달인 구토 손종수 선생님과의 자문자답 대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만나실 달인은 새내기새로배움터 6연속 참석과 총 9회 참석에 빛나는 오티 손종수선생님과의 대담이 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A :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쿠플존

우리학교의 좋은 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는 1981년에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자리잡은 이래로 많은 학생들이 거쳐간 학교이다. 오랜세월 세종캠퍼스는 고려대학교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학교다운 모습을 갖추기 못하고 있었으나 2천년대 초반 독립채산제의 시행으로 독자적 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게되어 적어도 시작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필자는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의 풍경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한 선배에게 "누나?! 누나는 무슨 맛으로 이 학교를 다녀요?" 하고 물었었는데 나에게 대답은 "우리학교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잖아" 였다. 아, 그래 없는 만큼 생기는 것도 많겠지 그런 생각으로 난 세종캠퍼스의 풀하나 돌하나도 사랑하며 지낸 것 같다. 때는 많이 지나 현재는 2009년이다. 2009년의 세종캠퍼스를 사는 학생들은 우리학교의 무엇을 좋아할까? 이런 궁금증이 생겨서 쿠플존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리학교의 뭐가 좋아?"

글의 시작에서 비주얼을 이야기 했으니 비주얼 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저니스는 우리학교의 잔디밭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만 낙엽이 떨어질 때 가슴이 시리다고 전했다. 세상 어디의 가을이 시리지 않겠냐만은 이상하게 캠퍼스의 솔로들은 가슴이 시리다. 잔디밭은 어디서나 그 자체로 푸른 기운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우리학교에서는 특히 막거리를 마시기 위한 방석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90년대의 우리학교 잔디는 사철 흰색이였다. 선배들이 증언하기를 막걸리를 잔디가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
크루그는 비교적 많은 장소를 좋다고 전한다. 그 양이 많으므로 원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우리학교의 과기대 중앙광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종합운동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인문대 진달래터가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뒷마당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인민동산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호상 뒤 잔디밭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바보계단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셔틀승강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깡통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앞 족구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과기대 크림슨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식당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앞 가로수길이 좋다


주석을 달자면, 인민동산은 고고환경연구소와 체육관 사이에 있는 동산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보계단은 헐떡고개에 존재하는 계단과 농심관에서 기숙사가는 길의 계단을 의미하는데 박자맞춰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원주율의 소숫점 아래 300번째 자리를 구하는 것 만큼의 수학적 복잡도를 요구한다.
잉여퀸은 학관 어디에서 서식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학관이 좋다고 전한다. 학생회관은 1996년에 재학생 1/2이 참석한 학생총회(2000여명 참석)에서 학교측에 학생회관 건립에 대한 요구를 하여 건립하게 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지어진 모습은 ㄱ자로 되어있으나 처음 설계는 - 자형 건물이였다고 하며 1997년에 다시 한번 학생들의 항의를 통해 ㄱ자 모양으로 확장되었다. 1998년에 완공된 학생회관의 이름을 당시 총학생회에서 공모하여 지었는데 그 이름이 진달래관이다. 그 진달래관이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학생회관 극장을 칭하는 "진달래관 소극장"이란 명칭이 되었다. 참, 사족을 붙이자면.. 학생회관 복도에서 담배는 피지 말도록 하자.
장구매니아는 고대농악대 회원인듯하다. 그는 농악대가 좋으며 횃불도 좋다고 하였는데 횃불인은 농악대를 그저 물건대여소처럼 생각하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학교는 비교적 시골에 위치해서인지 자리가 넓직하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덕택에 오너드라이버들은 어렵지 않은 주차공간 확보에 흐믓한 미소를 짓곤한다. Rein 역시 우리학교의 넓은 주차시설 및 아늑한 실내공간을 좋다고 전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NERAZZURI 의 경우 우리학교가 조치원인거 빼고 다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한편, 우리학교의 좋은 점으로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쿠플러도 많다. 건담은 우리학교 선배들의 내리 사랑이 좋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선배들의 내리사랑은 후배들 밥사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천재도 언급한 따뜻한 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09학번 새내기 Chemic 역시 이 점을 "밥줄정신"이라고 표현한 바 이다. 필자도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너도나도 밥을 사준다고해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차차 알게된 사실은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이 그 위위 선배들 모두 경험해온 선배들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만약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은 당신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지 않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리사랑을 전해주기를 바란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아마도 "동기사랑"일 것이다. 동기사랑은 나라사랑이라며 목에 핏대 세우며 얘기하곤 하는데 Chemic은 이 점을 지적했다. 사실 처음 동기사랑 나라사랑 얘길 들을 땐 참 진부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 졸업에 가까워질 수록 남는건 역시 동기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그냥 그런갑다 하시라 때되면 다 알게 되는 것. 그리고 Chemic 은 본인이 그래서 그런지 우리학교의 잉여력마저 좋아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 외에 진리관 밥이 좋다고 야식매니아는 주장하였다. 야식매니아라는 별명값을 한다는 생각을 필자는 해보았다. 진리관밥은 필자역시 가끔 먹게되는 때가 있는데 농담이 아니라 세종 최고의 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숙사는 진리관이 대세다. 세종인은 야식이 좋다고 하였다. 세종캠퍼스에서의 야식이란 크게 조닭(혹은 파닭)과 피자로 구분할 수 있다. 조닭은 치킨위에 썰은 파를 엊어주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치원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간혹, 조치원 파닭 이라는 이름의 치킨집을 조치원 외 지역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파닭의 맛을 잊지 못해 졸업 후 학교에 와서 닭만 먹고 가는 졸업생도 꽤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의견으로는 맑은 공기가 좋다는 세종인, 건물간 짧은 이동거리가 좋다는 ㅋㅋㅋㅋ, 고잠이 좋다는 크루그 등이 있었다. 그리고 모니모니해도 지구미남이 만들고 관리하는 쿠플존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전장남, 명탐정].

 

우리학교에 좋은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것을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후배들에게 더 좋은 학교를 물려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From 지구미남 미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