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쿠플존

우리학교의 좋은 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는 1981년에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자리잡은 이래로 많은 학생들이 거쳐간 학교이다. 오랜세월 세종캠퍼스는 고려대학교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학교다운 모습을 갖추기 못하고 있었으나 2천년대 초반 독립채산제의 시행으로 독자적 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게되어 적어도 시작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필자는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의 풍경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한 선배에게 "누나?! 누나는 무슨 맛으로 이 학교를 다녀요?" 하고 물었었는데 나에게 대답은 "우리학교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잖아" 였다. 아, 그래 없는 만큼 생기는 것도 많겠지 그런 생각으로 난 세종캠퍼스의 풀하나 돌하나도 사랑하며 지낸 것 같다. 때는 많이 지나 현재는 2009년이다. 2009년의 세종캠퍼스를 사는 학생들은 우리학교의 무엇을 좋아할까? 이런 궁금증이 생겨서 쿠플존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리학교의 뭐가 좋아?"

글의 시작에서 비주얼을 이야기 했으니 비주얼 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저니스는 우리학교의 잔디밭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만 낙엽이 떨어질 때 가슴이 시리다고 전했다. 세상 어디의 가을이 시리지 않겠냐만은 이상하게 캠퍼스의 솔로들은 가슴이 시리다. 잔디밭은 어디서나 그 자체로 푸른 기운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우리학교에서는 특히 막거리를 마시기 위한 방석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90년대의 우리학교 잔디는 사철 흰색이였다. 선배들이 증언하기를 막걸리를 잔디가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
크루그는 비교적 많은 장소를 좋다고 전한다. 그 양이 많으므로 원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우리학교의 과기대 중앙광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종합운동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인문대 진달래터가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뒷마당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인민동산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호상 뒤 잔디밭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바보계단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셔틀승강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깡통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앞 족구장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과기대 크림슨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식당이 좋다
나는 우리학교의 학생회관 앞 가로수길이 좋다


주석을 달자면, 인민동산은 고고환경연구소와 체육관 사이에 있는 동산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보계단은 헐떡고개에 존재하는 계단과 농심관에서 기숙사가는 길의 계단을 의미하는데 박자맞춰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원주율의 소숫점 아래 300번째 자리를 구하는 것 만큼의 수학적 복잡도를 요구한다.
잉여퀸은 학관 어디에서 서식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학관이 좋다고 전한다. 학생회관은 1996년에 재학생 1/2이 참석한 학생총회(2000여명 참석)에서 학교측에 학생회관 건립에 대한 요구를 하여 건립하게 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지어진 모습은 ㄱ자로 되어있으나 처음 설계는 - 자형 건물이였다고 하며 1997년에 다시 한번 학생들의 항의를 통해 ㄱ자 모양으로 확장되었다. 1998년에 완공된 학생회관의 이름을 당시 총학생회에서 공모하여 지었는데 그 이름이 진달래관이다. 그 진달래관이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학생회관 극장을 칭하는 "진달래관 소극장"이란 명칭이 되었다. 참, 사족을 붙이자면.. 학생회관 복도에서 담배는 피지 말도록 하자.
장구매니아는 고대농악대 회원인듯하다. 그는 농악대가 좋으며 횃불도 좋다고 하였는데 횃불인은 농악대를 그저 물건대여소처럼 생각하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학교는 비교적 시골에 위치해서인지 자리가 넓직하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덕택에 오너드라이버들은 어렵지 않은 주차공간 확보에 흐믓한 미소를 짓곤한다. Rein 역시 우리학교의 넓은 주차시설 및 아늑한 실내공간을 좋다고 전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NERAZZURI 의 경우 우리학교가 조치원인거 빼고 다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한편, 우리학교의 좋은 점으로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쿠플러도 많다. 건담은 우리학교 선배들의 내리 사랑이 좋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선배들의 내리사랑은 후배들 밥사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천재도 언급한 따뜻한 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09학번 새내기 Chemic 역시 이 점을 "밥줄정신"이라고 표현한 바 이다. 필자도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너도나도 밥을 사준다고해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차차 알게된 사실은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이 그 위위 선배들 모두 경험해온 선배들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만약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은 당신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지 않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리사랑을 전해주기를 바란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아마도 "동기사랑"일 것이다. 동기사랑은 나라사랑이라며 목에 핏대 세우며 얘기하곤 하는데 Chemic은 이 점을 지적했다. 사실 처음 동기사랑 나라사랑 얘길 들을 땐 참 진부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 졸업에 가까워질 수록 남는건 역시 동기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그냥 그런갑다 하시라 때되면 다 알게 되는 것. 그리고 Chemic 은 본인이 그래서 그런지 우리학교의 잉여력마저 좋아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 외에 진리관 밥이 좋다고 야식매니아는 주장하였다. 야식매니아라는 별명값을 한다는 생각을 필자는 해보았다. 진리관밥은 필자역시 가끔 먹게되는 때가 있는데 농담이 아니라 세종 최고의 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숙사는 진리관이 대세다. 세종인은 야식이 좋다고 하였다. 세종캠퍼스에서의 야식이란 크게 조닭(혹은 파닭)과 피자로 구분할 수 있다. 조닭은 치킨위에 썰은 파를 엊어주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치원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간혹, 조치원 파닭 이라는 이름의 치킨집을 조치원 외 지역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파닭의 맛을 잊지 못해 졸업 후 학교에 와서 닭만 먹고 가는 졸업생도 꽤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타의견으로는 맑은 공기가 좋다는 세종인, 건물간 짧은 이동거리가 좋다는 ㅋㅋㅋㅋ, 고잠이 좋다는 크루그 등이 있었다. 그리고 모니모니해도 지구미남이 만들고 관리하는 쿠플존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전장남, 명탐정].

 

우리학교에 좋은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것을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후배들에게 더 좋은 학교를 물려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From 지구미남 미네리